"우리는 팔기만 했는데요"
제조물책임법(PL법) 셀러 가이드
고객이 산 제품이 불량으로 다치거나 화재가 났을 때, "우리는 제조사가 아니라 판매만 했다"는 말이 늘 통하지는 않습니다. 제조물책임법(PL법)은 직접 만든 사람뿐 아니라, 해외 제품을 수입해 파는 셀러까지 '제조업자'로 보아 결함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게 합니다. 반대로 단순 유통·구매대행은 책임 구조가 다릅니다. 이 글은 내가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 어디까지 책임지고 어디부터는 아닌지, 그리고 지금 무엇을 준비해 둬야 하는지를 2026년 기준으로 정리합니다.
PL법이란 — "결함이 있으면, 과실을 못 따져도 배상"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 핵심은 무과실책임입니다. 일반 손해배상(민법)은 피해자가 "상대방의 잘못(과실)"을 증명해야 하지만, PL법은 제품에 결함이 있고 그 결함으로 손해가 났다는 점만 인정되면 제조업자의 고의·과실을 따지지 않고 배상 책임을 지웁니다. 단, PL법 대상은 결함으로 생긴 생명·신체·다른 재산의 손해이고, 제품 자체의 하자(품질 불만·고장)는 이 법이 아니라 민법·소비자기본법상 하자담보로 다룹니다.
법이 말하는 '결함'은 세 종류입니다(제2조).
| 결함 종류 | 뜻 | 셀러가 특히 조심할 지점 |
|---|---|---|
| 제조상 결함 | 설계와 다르게 잘못 만들어져 안전성이 결여 | OEM·소분·재포장 과정의 이물·불량 |
| 설계상 결함 | 합리적 대체설계로 위험을 줄일 수 있었는데 안 함 | 구조적으로 위험한 저가 수입품 선택 |
| 표시상 결함 | 설명·지시·경고 표시를 제대로 했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는데 안 함 | 상세페이지·취급설명서의 주의·경고 누락 |
나는 어느 유형인가 — 유형별 책임 범위
같은 '온라인 셀러'라도 제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에 따라 책임이 완전히 갈립니다. 이 구분이 PL법 실무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유형 | PL법상 지위 | 책임 |
|---|---|---|
| 직접 제조·가공 (자체 제작·OEM 자기브랜드) | 제조업자 | 제3조 무과실 배상책임 + 징벌배상(3배) 위험까지 전부 적용 |
| 해외 제품 수입판매 (자기 명의로 수입·재고 보유) | 제조업자로 간주 | 법이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를 제조업자로 봄 — 해외 제조사와 동등한 완전한 책임. 셀러 최대 리스크 구간 |
| 구매대행 (주문받아 대신 구매·배송) | 원칙적 비해당 | 판례상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가 아님 → 원칙적으로 PL 책임 없음(단 아래 보충책임 주의) |
| 단순 유통·판매 (국내 제조사 제품을 떼다 판매) | 조건부 | 제조업자가 특정되면 1차 책임 없음. 단 제조업자를 알 수 없을 때 고지의무 불이행 시 보충책임 |
① 해외 제품 수입판매 = "내가 곧 제조사" (가장 큰 리스크)
PL법은 제조업자를 알 수 없는 해외 제품의 책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입해 파는 사람을 제조업자로 간주합니다(제2조 제3호). 즉 알리·아마존 등에서 떼와 자기 명의로 수입·재고를 보유하고 국내에 판매하면, 그 제품 결함에 대해 해외 제조사와 똑같은 무과실 배상책임을 집니다. "나는 만들지 않았다"는 방어가 통하지 않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② 구매대행 = 원칙적으로 책임 없음 (판례로 확인됨)
반대로 소비자의 주문을 받아 대신 구매·배송하는 순수 구매대행은 다릅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중국산 전동킥보드 충전기 화재 사건에서, 구매대행업자는 관세법상 수입자도 아니고 제조물책임법상 제조업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청구를 기각했습니다(서울중앙지법 2017가단5026235). 이 경우 법적 수입자는 소비자 본인이기 때문입니다.
③ 단순 유통 = 원칙 면책, 단 '고지의무'가 열쇠
국내 제조사 제품을 떼다 파는 단순 판매자는 제조업자가 특정되면 1차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3조 제3항은 예외를 둡니다 — 제조업자를 알 수 없는 경우, 영리로 공급한 판매자가 피해자의 요청을 받고도 상당한 기간 내에 제조업자(또는 자신에게 공급한 자)를 알려주지 못하면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그래서 소싱처·제조사 정보(상호·연락처·수입경로)를 보관해 두는 것이 실질적 방어입니다.
결함 추정과 징벌배상 3배
2018년 4월 19일 시행된 개정법은 소비자의 입증 부담을 크게 줄였습니다(그 이후 공급된 제품부터 적용).
- 결함 추정(제3조의2) — 피해자가 ①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중 손해가 났고 ②그 원인이 제조업자의 지배영역에 속하며 ③그런 손해가 결함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는 세 가지를 증명하면, 결함과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예전처럼 소비자가 결함의 과학적 원인까지 밝힐 필요가 줄었습니다.
- 징벌적 손해배상(제3조 제2항) — 제조업자가 결함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생명·신체에 중대한 손해가 발생하면, 법원은 손해액의 3배 이내에서 배상을 명할 수 있습니다.
면책사유 4종 — 단, 셀러가 직접 증명해야
제4조는 제조업자가 스스로 증명하면 책임을 면하는 네 가지를 둡니다.
- ① 미공급 — 그 제조물을 (내가) 공급하지 않았다는 사실.
- ② 개발위험 항변 — 공급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
- ③ 법령 기준 준수 — 공급 당시 법령이 정한 기준을 지켰기 때문에 결함이 생겼다는 사실.
- ④ 부품·원재료 항변 — 완성품 제조업자의 설계·지시 때문에 결함이 생겼다는 사실(부품·원재료 공급자의 경우).
언제까지 청구당할 수 있나 — 소멸시효 3년·제척기간 10년
- 3년(소멸시효) — 피해자가 손해와 배상책임자를 모두 안 날부터 3년 안에 청구하지 않으면 소멸.
- 10년(제척기간) — 제조업자가 제품을 공급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안 날과 무관하게 청구권 자체가 소멸.
- 예외 — 몸에 누적되어 나타나거나 잠복기가 있는 손해는 10년을 공급일이 아니라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셉니다.
PL보험과 서류 — 지금 해둘 것
- PL보험(생산물배상책임보험)은 법적 의무가 아닙니다. 임의 가입입니다. 다만 일부 대형 오픈마켓·유통채널이 입점 조건으로 보험 증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플랫폼의 계약 요구이지 법령 의무가 아닙니다 — 둘을 구분하세요.
- 수입판매라면 보험을 진지하게 검토하세요. 제조업자로 간주돼 무과실 책임을 지는데, 화재·상해 배상은 소상공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가 될 수 있습니다.
- 소싱처·제조사 정보를 반드시 보관. 상호·연락처·수입경로·거래 증빙이 있어야 단순유통 시 고지의무(③)를 이행하고 책임을 넘길 수 있습니다.
- 상세페이지·설명서의 안전 경고를 점검. 표시상 결함을 피하려면 필수 주의·경고 문구가 눈에 띄게 들어가야 합니다. → 전자상거래 상품정보제공고시 필수 기재사항 가이드, KC 안전인증(전안법) 가이드도 함께 확인하세요.
지금 점검할 체크리스트
- 내 조달 방식이 수입판매 / 구매대행 / 단순유통 / 직접제조 중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
- 수입판매라면 내가 제조업자로 간주된다는 점을 알고, PL보험 가입을 검토했다.
- 제품별 제조사·소싱처 정보(상호·연락처·거래증빙)를 보관하고 있다.
- 상세페이지·취급설명서에 필수 안전 경고·주의사항이 들어가 있다(표시상 결함 예방).
- 제품 결함·사고 신고를 받으면 즉시 조치(리콜·판매중단·고지)하는 내부 절차가 있다.
- PL법은 민사 손해배상이라는 점, 벌금·과태료와 다른 트랙이라는 점을 이해했다.
상세페이지 문구부터 무료로 점검
표시상 결함을 피하려면 안전 경고를 넣는 동시에, 근거 없는 과장·단정 표현은 빼야 합니다("100% 안전", "무독성", "부작용 없는" 같은 표현은 표시광고법에도 걸립니다). 무료 도구 허브에서 취급 품목에 맞는 점검 도구와 실무 가이드를 골라 쓰세요. 가입·설치 없이 무료입니다.
셀러 규제 가이드 허브 → 전체 무료 도구 보기참고 출처(2026-08 확인): 제조물 책임법(국가법령정보센터) · 제조물 책임의 개념 및 요건(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제조물책임법 전문해설(대한상공회의소 PL센터) · 서울중앙지법 2017가단5026235(구매대행 PL 책임 부인 판결).